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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서초구 재건축 단지 길고양이들을 도와주세요.

2018-12-19 14:16:30 조회수 32

서초구 반포-한신 재건축 단지에 남은 길고양이들이 공사 현장에 갇혀 죽게 됩니다. 남은 시간은 일주일입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없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합니다. 아래 글의 전문을 꼭 읽어주시길 부탁합니다. 도와주십시오.



[호소문]



도와주세요. 저희에게 남은 시간이 일주일 밖에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의 어느 한 동네에서 나고 자란 평범한 30대의 청년입니다.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3대에 이어서 한 동네에 살던 제가 최근 고향을 떠나 이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이유는 아파트 재건축 때문 입니다. 언론에서도 연일 보도가 되고 있으니 대한민국, 특히 서울 안의 재건축/재개발 이슈에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반포동 1-1 번지에 있는 경남- 한신 아파트 단지는 77년도에 아파트가 완공되어 약 40여년간 많은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왔습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 건물은 많이 낙후되었지만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이 곳곳에 숨어있는, 서울에서도 얼마 남지 않은 운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약 2천여 세대가 있는 단지로  최근에 큰 이슈가 된 둔촌주공단지나 개포주공단지에 비해서는 규모가 많이 작습니다. 지역 특성상 생각보다 전입 전출의 유동인구가 많고 학생 자녀를 둔 4-5인 구성의 핵가족과 70대 이상의 노령 거주민 비율이 절대적입니다.

그리고 이 단지에 거주하는 또 하나의 구성원은 바로 길고양이입니다. 현재로선 정확한 개체수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최소 100여 마리 많게는 200여마리까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함께 살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비를 털어가며 길 위의 작은 생명들을 챙기는 소수의 보살핌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재건축에 관한 모든 절차가 끝난 이 곳에  유일하게 남은 생명체들인 이 길고양이들은 인간들과 달리 갈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면 이 고양이들은 공사 현장 펜스 안에 갇히게 됩니다.

‘서울 시내 안에서 공사 현장이 아닌 곳을 찾기가 더 힘든 판국에, 왜  이곳만 유별나게 구느냐’ 는 따가운 시선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은 다른 재건축/재개발 현장과는 상황이 너무 많이 다릅니다.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는 아파트 단지 하나가 행정구역의 한 동으로 6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단지 였지만 재건축이 오랜 기간에 거쳐 논의 되었고 이주 기간 및 행정 처리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대책을 간구하고 길고양이들을 이주시킬 방안을 마련하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이 곳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가 언론에 보도되자 마자  재건축 추진 논의가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1월 30일 부로 이주가 완료되었고,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전 세대주가 이주를 마쳐 대한민국 재건축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라는 평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재건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곳에 남아있는 길고양이들의 생존 문제는 대책을 마련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제 다음주부터 단지 내에 공사 현장 펜스가 올라간다고 합니다. 시공사에서는 저희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일주일 뒤에 펜스 작업이 마무리되고 석면 작업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더이상 일반인은 단지 내 공사현장에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길고양이들의 생사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서울 시내에 이런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한두 군데 아니라 도와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수백 여 마리 아이들의 거처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어느 단체도 나서서 구조나 포획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보호소와 쉼터는 포화상태니까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보자며 모인 대여섯명의 주민들이 궁여지책으로 밥그릇이라도 옮겨 고양이들을 최대한 단지 밖으로 빼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영역 동물인 고양이의 특성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습니다.

단지 인근에 시유지와 가까이에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시유지는 현 아파트 단지내의 고양이 개체수를 포용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할 뿐더러 인접한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가 넘어와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반대를 합니다. 사실 이 크지 않은 단지에 서식하는 고양이 개체수가 100여 마리가 훌쩍 넘게 된 것은 인근의 두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하는 과정에서 이주해 온 고양이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길 건너의 래미안 삼성아파트와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의 재건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살 길을 찾아 터를 옮긴 고양이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이 지금의 반포-한신 재건축 단지입니다. 저에게는 이런 상황들이 2018년 대한민국 재건축 열풍 속 등장한 신개념 님비현상이라고 밖엔 보이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이마저도 치기어린 분노일 뿐입니다.

이 글은 길고양이들을 살릴 수 있게 무조건 시간을 달라는 등의 감정적인 호소를 하기 위한 취지가 아닙니다. 저희가 처한 상황 안에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절실하게 사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쓰는 글 입니다. 개인의 노력과 희생만으로는 더이상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습니다. 장보러가는 길의 주부가, 하교길의 학생이, 퇴근길의 직장인이 밥그릇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이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서울 시내에 재건축/재개발 공사 현장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사안이기도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보통의 시민으로 자라면서 위험에 처한 타자를 도울 줄 알아야 하고 잘못된 것을 보면 부당하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저는 지금의 상황이 이 배움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움을 구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곳에 이 문제를 알리는 것입니다.


길고양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적인 관심과 제도적 지원입니다. 인식 개선도 필요합니다. 길  위의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행동은 대부분의 경우에 ‘밥 주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습니다. 이 것은 어디까지나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입니다. 장기적으로 TNR을 시행하여 개체수 증식을 막아 생태계 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의 출발점입니다. 지금 길 거리에 있는 수천, 수만 마리의 고양이들은  과거의 무관심 속에 유기된 한 마리의 고양이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반포-경남 아파트 단지의 길고양이 이주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면 선례로 남아 앞으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많은 지역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재’건축은 다시 짓는 새로운 탄생이기도 한데, 그 것이 피로 물든 땅 위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제는 정말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상생하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유일한 출구일 것입니다.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야 지자체의 지원이 가능하고, 안전 문제가 보장되어야 시공사 측의 협조가 가능하며, 지역 주민의 이해가 있어야 함께 협력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능한 단지 밖으로 길고양이가 탈출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과 인접 시유지와 사유지 경로를 거쳐 길고양이들이 타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외에는 대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는 사유지이지만 지역사회가 화합을 이뤄낼 수 있는 커뮤니티의 장이기도 합니다. 서초구가 개발의 흔적만 남은 도시가 아니라 생태가 살아 숨쉬는 도시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이 곳의 길고양이들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